티스토리 뷰

목차


    외출할 때 전자레인지 시계나 TV 대기 표시등이 켜져 있는 걸 보면서도, 그 정도는 전기가 거의 안 들겠지 하고 넘겨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댑터를 만져보니 꺼져 있는 기기인데도 미지근하게 따뜻했고, 그 열이 전기가 쓰이고 있다는 뜻이라는 걸 알고 나니 얼마나 되는지 직접 계산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대기전력을 계산해본 과정과 줄이는 방법, 그리고 멀티탭 스위치를 사면 몇 달 만에 본전을 뽑는지까지 정리해봅니다.

    1. 꺼져 있는데도 따뜻한 어댑터가 알려준 것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플러그가 꽂혀 있으면 소비되는 전력을 대기전력이라고 부릅니다. 리모컨 신호를 기다리거나, 시계와 표시등을 유지하거나, 어댑터 내부 회로가 계속 전원을 공급할 준비를 하는 데 쓰이는 전력입니다. 기기가 꺼져 있어 보여도 완전히 차단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전기가 조금씩 계속 들어갑니다.

    어댑터가 따뜻해지는 이유는 에너지 보존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전기로 들어온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고 다른 형태로 바뀌는데, 어댑터는 220V 교류를 낮은 전압의 직류로 바꾸는 과정에서 일부가 열로 빠져나갑니다. 즉 손으로 느껴지는 미지근함은 그만큼의 전력이 열로 소모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 열은 사용 중이든 대기 중이든 변환 효율이 100%가 아니라서 생기는 손실입니다.

    한국에서는 대기전력저감 제도를 통해 제품의 대기전력을 1W 이하로 낮추도록 유도해 왔다고 알려져 있어서, 최근 제품들은 대기전력이 많이 줄었습니다. 다만 오래된 제품이나 셋톱박스처럼 항상 신호를 받아야 하는 기기는 수 W 정도를 쓰는 경우가 있어서, 기종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정확한 값은 제품 설명서나 라벨의 소비전력 표기, 혹은 전력량계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기전력은 작으니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이 맞는지 숫자로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1W짜리 기기는 하루 24시간, 한 달 30일을 켜두면 0.72 kWh이고, 전기 단가를 200원/kWh로 가정하면 월 약 144원입니다. 하나만 보면 정말 적은 금액이지만, 집에 이런 기기가 여러 개 꽂혀 있다면 합쳐서 어떻게 될지가 궁금했습니다.

    2. 소비전력에 시간을 곱해서 계산해본 월 전기요금

    계산식은 간단합니다. 전력(W)에 사용 시간(h)을 곱하면 Wh가 되고, 1,000으로 나누면 kWh가 됩니다. 여기에 단가를 곱하면 요금이 나옵니다. 한 달을 30일, 720시간으로 보고, 전기 단가는 누진 구간에 따라 달라지지만 비교하기 쉽도록 200원/kWh로 가정했습니다. 아래 기기별 대기전력도 제가 직접 잰 값이 아니라 일반적인 범위에서 가정한 값이라는 점을 밝혀둡니다.

    예를 들어 셋톱박스는 항상 신호를 기다려야 해서 대기 상태에서도 5W 정도를 쓴다고 가정했고, 전자레인지 시계와 표시등은 2W, 꺼진 TV의 대기전력은 1W, 충전기와 어댑터 여러 개를 합쳐서 2W로 잡았습니다. 이렇게 합치면 총 10W가 되고, 10 W×720h=7,200Wh, 즉 7.2 kWh가 한 달에 대기 상태로만 소비되는 셈입니다. 200원/kWh로 계산하면 월 1,440원, 1년이면 17,280원입니다.

    이 숫자를 보고 느낀 건 "크지는 않지만 공짜도 아니다"라는 점이었습니다. 한 달 1,440원은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비되는 전력이라는 점에서 줄일 수 있다면 줄여볼 만합니다. 특히 사용하지 않는 시간이 긴 원룸 특성상, 출근하고 집을 비운 시간이 길수록 대기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쓰는지 알고 싶다면 플러그에 꽂아 사용하는 전력량계(전력 측정 플러그)를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제품에 따라 대략 1만 원대에서 2만 원대 정도로 알려져 있고, 기기를 꽂아두고 일정 시간 뒤 누적 kWh를 확인하면 실제 대기전력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직접 재보면 위 가정값과 얼마나 다른지 확인할 수 있어서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3. 줄이는 방법과 멀티탭 스위치의 본전 계산, 기기별 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 기기의 플러그를 뽑거나, 개별 스위치가 달린 멀티탭을 쓰는 것입니다. 스위치형 멀티탭은 제품에 따라 대략 5천 원에서 1만 5천 원대로 알려져 있는데, 앞에서 계산한 월 1,440원을 모두 줄인다고 가정하면 1만 원짜리 멀티탭의 본전은 약 7개월(10,000÷1,440≈6.9)입니다. 다만 실제로는 일부 기기만 끌 수 있어서 절감액이 이보다 적을 수 있고, 그만큼 회수 기간은 길어집니다.

    모든 기기를 끄는 것이 좋은 건 아닙니다. 셋톱박스는 껐다 켜면 부팅에 시간이 걸리고, 공유기는 끄면 인터넷이 끊기며, 냉장고는 끄면 안 됩니다. 저는 외출이 길 때만 TV와 전자레인지, 충전기를 한꺼번에 끌 수 있도록 같은 멀티탭에 모아 꽂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스위치 하나로 여러 기기를 한 번에 끄면 실천하기도 쉽습니다.

    또 하나 기억할 점은 멀티탭의 정격 용량입니다. 일반 멀티탭은 보통 정격 15A, 220V 기준으로 표기되는 경우가 많고, 이를 곱하면 이론상 최대 약 3,300W입니다. 대기전력이 아니라 사용 중 전력이 큰 기기를 한 멀티탭에 몰아서 꽂으면 과열 위험이 있으니, 스위치로 끄는 용도와 고출력 기기 연결 용도는 구분해서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아래 표는 앞서 가정한 대기전력을 기기별로 정리한 것으로, 한 달 720시간, 200원/kWh 기준입니다.

    기기(가정) 대기전력(가정) 월 전력량 월 요금 / 연 요금
    셋톱박스 5W 3.6kWh 720원 / 8,640원
    전자레인지 시계·표시등 2W 1.44kWh 288원 / 3,456원
    꺼진 TV 1W 0.72kWh 144원 / 1,728원
    충전기·어댑터 여러 개 2W 1.44kWh 288원 / 3,456원
    합계 10W 7.2kWh 1,440원 / 17,28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