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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을 구할 때 인덕션이 1구인지 2구인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혼자 사는데 화구 하나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국이나 찌개를 끓이면서 동시에 밥을 짓거나 반찬을 볶는 게 안 되니까, 밥 한 끼 차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길어졌습니다. 화구 하나로 순서대로 요리하다 보면 먼저 만든 음식은 식어가고, 나중에 만든 음식과 타이밍이 안 맞아서 결국 따로따로 데워 먹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몇 달 동안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보면서, 화구 하나로도 두 가지 요리를 그럭저럭 동시에 진행하는 저만의 순서를 찾게 됐습니다.
1. 문제는 화구 개수가 아니라 순서였습니다
처음엔 화구가 하나뿐이라 요리가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조리 순서를 잘못 짜고 있었던 것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저는 늘 국을 먼저 끓이고, 다 끓으면 불을 끄고 프라이팬으로 바꿔서 반찬을 볶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국은 다 끓고 나서 식어가는 동안 반찬을 만들게 되고, 반찬이 다 되면 국은 이미 미지근해진 상태가 됩니다.
그러다 전자레인지와 인덕션을 같이 활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전자레인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화구처럼 쓸 수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셈입니다. 국이나 찌개처럼 오래 끓여야 하는 메뉴는 인덕션에 올려두고, 그동안 밥이나 데워 먹을 반찬은 전자레인지로 동시에 처리하니 실질적으로 화구 두 개를 쓰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났습니다.
밥의 경우 매번 새로 짓지 않고 미리 소분해서 얼려둔 밥을 전자레인지로 데우는 방식으로 바꾼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인덕션으로 국이나 메인 요리를 만드는 동안 밥은 전자레인지가 알아서 데워주니, 두 가지가 거의 동시에 완성되는 타이밍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전자레인지를 그냥 데우는 용도로만 썼는데, 찜 요리처럼 물기가 있는 반찬도 전자레인지용 용기에 담아 랩을 씌워 돌리면 의외로 잘 익는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그 뒤로는 계란찜이나 나물무침처럼 간단한 반찬 하나를 전자레인지 쪽에 맡기고, 인덕션에서는 국이나 볶음처럼 불맛이 필요한 요리에만 집중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서 쓰고 있습니다.
2. 조리 순서를 재료 기준으로 다시 짜봤습니다
두 가지 요리를 인덕션 하나로 진행해야 할 때는,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부터 먼저 시작하는 게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국이나 찌개처럼 끓이는 데 15~20분 정도 걸리는 메뉴를 먼저 올려두고, 그 사이 시간을 활용해 볶음이나 무침처럼 빨리 끝나는 반찬의 재료 손질을 미리 끝내둡니다.
국이 끓기 시작해서 약불로 줄여도 되는 시점이 오면, 그때 인덕션 화력을 낮춰두고 잠깐 옆에서 프라이팬으로 빠르게 볶음 요리를 진행합니다. 국은 약불에서 계속 끓고 있으니 넘칠 걱정 없이 몇 분 정도는 다른 요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볶음 요리가 끝나면 다시 국의 간을 보고 마무리하는 식으로, 화구를 번갈아 쓰는 게 아니라 국은 계속 켜둔 채로 짧은 볶음 요리를 그 사이에 끼워 넣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을 쓰면서 느낀 건, 완전히 동시에 두 가지를 조리한다기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의 "여유 구간"을 찾아서 그 틈에 짧은 요리를 끼워 넣는 감각이 필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엔 타이밍을 못 맞춰서 국을 태울 뻔한 적도 있었는데, 몇 번 해보니 어느 시점에 화력을 낮추고 잠깐 자리를 비워도 되는지 감이 잡혔습니다.
특히 국물 요리는 한번 끓어오르고 나면 약불에서도 온도가 잘 유지되는 편이라, 그 구간에서는 뚜껑을 살짝 열어둔 채로 2~3분 정도 자리를 비워도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 여유 구간을 파악하고 나서부터는 국을 올려두고 바로 옆에서 채소를 썰거나 계란을 풀어두는 식으로 준비 시간 자체를 줄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상을 차리기까지 걸리는 전체 시간이 눈에 띄게 짧아졌습니다.
3. 설거지거리를 줄이는 것도 결국 시간을 버는 방법이었습니다
조리 도구를 최소한으로 쓰는 것도 체감상 시간을 꽤 아껴줬습니다. 처음에는 국그릇, 반찬 접시, 프라이팬, 냄비를 다 따로 쓰다 보니 요리하는 시간보다 중간중간 설거지하는 시간이 더 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화구가 하나라 조리 도구를 계속 바꿔 써야 하는데, 그때마다 씻어야 하니 흐름이 자꾸 끊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쓰는 냄비를 하나로 정해두고, 볶음 요리도 같은 프라이팬을 계속 쓰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재료 순서를 냄새가 약한 것부터 강한 것 순으로 조정하면, 프라이팬을 매번 씻지 않고 이어서 다음 요리를 해도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채소볶음을 먼저 하고 그 팬으로 바로 계란 요리를 이어서 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도구 개수를 줄이고 나니, 조리하는 동안 설거지거리가 쌓이지 않아서 화구 하나로 요리해도 전체적으로 걸리는 시간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결국 화구를 늘리는 것보다, 조리 흐름 자체를 재료와 도구 기준으로 다시 짜는 게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었던 셈입니다.
토마토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전에는 채소용, 육류용 도마를 번갈아 쓰다 보니 그때마다 씻어야 했는데, 채소를 먼저 다 손질해서 미리 그릇에 덜어두고 나서 육류를 손질하는 순서로 바꾸니 토마토 한 번만 씻으면 됐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순서 하나하나가 모여서, 화구 하나로도 예전보다 훨씬 매끄럽게 두 가지 요리를 진행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미니 전기레인지나 휴대용 인덕션을 추가로 사는 게 나을까요?
A. 요리를 자주 하신다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저는 전자레인지 활용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돼서 추가 구매까지는 필요 없었습니다.
Q2. 국을 끓이면서 자리를 비워도 정말 안전한가요?
A. 반드시 약불로 줄인 상태에서 짧은 시간만 자리를 비우시고, 처음에는 타이머를 맞춰두고 연습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마치며
화구가 하나뿐이라는 제약은 결국 조리 순서와 도구 사용 방식을 바꾸는 걸로 대부분 해결됐습니다. 전자레인지를 두 번째 화구처럼 쓰고, 오래 걸리는 요리의 여유 구간에 짧은 요리를 끼워 넣고, 조리 도구 개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두 가지 요리를 거의 동시에 완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