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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 초반에 가스레인지도, 인덕션도 아직 안 들여놓은 상태로 며칠을 버텨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짐 정리도 안 끝났고 화구를 어디에 놓을지도 못 정한 상태라, 일단 전자레인지 하나만 믿고 며칠을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즉석밥이랑 냉동식품이나 데워 먹으면 되겠지 싶었는데, 실제로 며칠을 버텨보니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동시에 예상 못 한 한계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 며칠간의 기록을 정리해봅니다.

    1. 첫째 날, 전자레인지만으로도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초반에는 즉석밥과 냉동 반찬, 냉동 만두 위주로 돌려 먹었는데 예상보다 만족스러웠습니다. 즉석밥은 데우는 시간만 잘 맞추면 갓 지은 밥과 큰 차이가 안 느껴졌고, 냉동 만두도 전자레인지 전용 찜기를 하나 사두니 물을 붓고 돌리기만 하면 웬만한 찜만두 못지않게 맛있게 익었습니다.

    국이 먹고 싶을 때는 시판 즉석국을 활용했습니다. 봉지째 데워 먹을 수 있는 제품들이 생각보다 다양해서, 된장국이나 미역국 정도는 전자레인지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됐습니다. 다만 즉석국은 간이 다소 강한 편이라 물을 조금 더 섞어서 데우는 식으로 조절했습니다.

    이렇게 첫날을 보내고 나니 "생각보다 며칠은 버틸 만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다만 이때까지는 냉동 반찬 위주였기 때문에, 신선한 채소나 직접 조리가 필요한 음식에 대한 아쉬움은 아직 크게 느끼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간식 삼아 고구마도 전자레인지로 쪄봤는데, 랩에 싸서 몇 분 돌리기만 해도 찜기로 찐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식감이 나와서 놀랐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시도해보면서, 생각보다 전자레인지로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첫날부터 체감하게 됐습니다.

    설거지거리가 거의 없다는 것도 예상 못 한 장점이었습니다. 전자레인지용 용기 하나만 씻으면 끝나니, 이사 초반 정신없는 와중에도 부엌일에 신경 쓸 여력이 줄어든 게 오히려 다행스럽게 느껴졌습니다.

    2. 둘째~셋째 날, 전자레인지로도 계란 요리와 채소 찜이 가능했습니다

    둘째 날부터는 냉동식품이 슬슬 질려서, 전자레인지로 신선 재료를 조리하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건 계란찜이었는데, 전자레인지용 용기에 계란과 물, 약간의 소금을 넣고 랩을 씌워 몇 분 돌리기만 해도 부드러운 계란찜이 완성됐습니다. 처음엔 랩을 안 씌워서 계란물이 튀어 안쪽이 지저분해졌는데, 랩으로 덮고 나서는 이런 문제도 없어졌습니다.

    채소도 의외로 전자레인지로 찌듯이 조리할 수 있었습니다. 브로콜리나 애호박처럼 금방 익는 채소를 씻어서 용기에 담고 물을 약간 넣은 뒤 랩을 씌워 돌리면, 데친 것과 비슷한 식감으로 익었습니다. 여기에 시판 소스나 간장, 참기름을 살짝 둘러주면 반찬 하나가 뚝딱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이 시기부터 한 가지 아쉬움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볶거나 굽는 조리는 전자레인지로 도저히 대체가 안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고기 요리나 볶음 요리 특유의 불맛,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 같은 건 아무리 시도해도 흉내 낼 수가 없었습니다.

    이 무렵부터는 반찬 구성을 좀 더 계획적으로 짜기 시작했습니다. 계란찜이나 채소찜처럼 전자레인지로 잘 되는 메뉴는 매끼 조금씩 바꿔가며 활용하고, 대신 국이나 찌개 같은 국물류는 즉석 제품에 의존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눴습니다. 이렇게 메뉴를 미리 나눠두니 매번 뭘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도 줄고, 최소한의 재료로도 며칠은 그럭저럭 다양하게 챙겨 먹을 수 있었습니다.

    3. 나흘째부터는 한계가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나흘째가 되니 메뉴가 계속 겹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고기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전자레인지로 익힌 고기는 아무래도 식감이 뻣뻣해지고 특유의 잡내가 남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번은 냉동 삼겹살을 전자레인지로 익혀봤는데, 겉은 익었지만 속은 설익은 부분이 남아있어서 다시 돌려야 했고,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질겨져 버렸습니다.

    설거지가 줄어드는 건 확실히 장점이었지만, 매번 즉석식품과 냉동식품 위주로 먹다 보니 나트륨 섭취가 늘어나는 느낌도 있었고,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에 대한 갈증이 점점 커졌습니다. 특히 국물 요리도 즉석 제품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직접 끓인 국 특유의 깊은 맛은 확실히 아쉬웠습니다.

    결국 닷새째 되는 날 인덕션을 들여놓으면서 이 실험은 끝이 났습니다. 전자레인지만으로 나흘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은 메뉴의 다양성과 만족도 면에서 확실히 한계가 있다는 게 이번 경험의 결론이었습니다.

    인덕션을 처음 켜고 삼겹살을 구워 먹었을 때의 만족감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만큼 며칠 동안 불맛에 대한 갈증이 쌓여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돌이켜보면 전자레인지만으로도 끼니를 거르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건 확인했지만, 그게 곧 만족스러운 식사라는 뜻은 아니라는 걸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요약: 전자레인지만으로도 계란찜, 채소 찜, 즉석국 정도는 충분히 해결되지만, 볶음이나 구이처럼 불맛이 필요한 요리는 대체가 불가능해 나흘 이상 지속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전자레인지로 밥도 지을 수 있나요?

    A. 즉석밥을 데우는 정도는 문제없지만, 생쌀부터 밥을 짓는 건 전자레인지용 밥솥 용기가 따로 있어야 가능해서 저는 시도해보지 않았습니다.

    Q2. 전자레인지 조리 시 냄새나 기름 튐은 어떻게 관리하나요?

    A. 랩이나 전자레인지 전용 뚜껑을 씌우면 대부분 해결되고, 조리 후에는 젖은 티슈로 내부를 바로 닦아주면 냄새가 오래 남지 않았습니다.

    마치며

    전자레인지 하나만으로도 나흘 정도는 꽤 다양한 메뉴로 버틸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은 확실히 무리라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화구를 아직 못 들여놓은 자취 초반이거나 잠깐 상황이 여의치 않은 분들이라면, 즉석국과 냉동식품에 계란찜·채소찜을 섞어서 며칠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