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원신 라이크 게임은 뽑기 중심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칠대죄 오리진은 장비 제작과 생활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넷마블이 칠대죄 IP로 선보인 이 신작은 한 캐릭터가 무기 3종을 바꿔 쓰며 완전히 다른 전투 스타일로 운용되는 구조가 특징입니다. 저는 출시 첫날부터 액트 5까지 진행하며 이 게임의 강점과 아쉬운 점을 직접 경험했는데, 기대되는 부분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명확하게 갈렸습니다.
무기 전환 시스템과 마스터리 성장 구조
칠대죄 오리진의 가장 큰 차별점은 캐릭터 성장 방식입니다. 이 게임에는 일반적인 RPG의 레벨업 시스템이 없습니다. 대신 마스터리(Mastery)라는 숙련도 체계로 캐릭터를 성장시킵니다. 여기서 마스터리란 특정 무기 종류에 대한 숙련도를 의미하며, 이를 올리면 새로운 무기 타입과 스킬이 해금됩니다.
예를 들어 멜리오다스는 기본적으로 장검을 사용하지만, 마스터리 30을 달성하면 도끼와 쌍검이 추가로 열립니다. 단순히 외형만 바뀌는 게 아니라 스킬 구성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길라 캐릭터의 경우 창 모드에서는 원거리 화염 공격을 하지만, 검과 방패 모드로 전환하면 근접 탱커가 되어 아군에게 실드를 부여하고 적 공격을 막아내는 역할로 바뀝니다. 레이피어 모드로 바꾸면 또 다른 근접 딜러형 플레이가 가능해집니다.
제가 직접 써보니 이 시스템은 캐릭터 조합의 폭을 크게 넓혔습니다. 한정된 캐릭터 풀에서도 무기 선택에 따라 딜러, 탱커, 서포터 역할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리스탄으로 화염 속성 딜을 넣고, 길라의 방패 모드로 실드와 화염 피해 증가 버프를 중첩시킨 뒤, 킹의 딸이 제공하는 화염 저항 감소 디버프까지 결합하는 식의 시너지 구성이 가능합니다. 이런 조합 설계가 전투의 핵심 재미 요소였습니다.
장비 제작 시스템 중심 콘텐츠와 생활 시스템
일반적으로 모바일 RPG는 최종 장비를 뽑기로 해결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칠대죄 오리진은 제작(Crafting) 시스템을 메인 성장 축으로 설계했습니다. 전설 등급 장비조차 뽑기가 아닌 제작으로만 획득할 수 있습니다. 설계도는 던전과 보스 처치를 통해 얻으며, 필드에 있는 나무와 광석 같은 자원을 직접 채집해 재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작대는 전투 상태가 아니면 언제든 꺼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물약, 장비, 심지어 탈것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탈것은 필드 몬스터를 유인해 포획하는 방식으로도 얻을 수 있는데, 종류에 따라 점프력과 이동 속도가 다릅니다. 기본 지급 탈것보다 포획한 특정 몬스터가 훨씬 기동성이 좋아서, 저는 초반부터 포획에 시간을 꽤 투자했습니다.
장비 제작 후에는 마법 부여(Enchant) 시스템이 추가됩니다. 마법 부여 슬롯은 최대 4개까지 열릴 수 있으며, 각 슬롯에는 랜덤 옵션이 붙습니다. 마법 부여 구슬이라는 재료를 사용하면 슬롯 1~3은 확정으로 옵션이 붙지만, 4번 슬롯은 확률적으로만 개방됩니다. 제가 겪어보니 이 부분이 전형적인 파밍 구간이었습니다. 좋은 옵션 3개를 얻었는데 4 슬롯이 안 열리면, 결국 던전을 다시 돌아야 합니다. 이런 반복 구조가 엔드 콘텐츠의 핵심입니다.
던전 설계도 흥미로웠습니다. 보스전에서는 거대 몬스터의 다리를 먼저 공략해 넘어뜨린 뒤, 몸에 올라가 약점 코어를 집중 타격하는 방식이 등장합니다. 이런 패턴은 액션성을 살리면서도 전략적 요소를 더했습니다. 보스 처치 후에는 설계도 조각, 장비, 마법 구슬 등이 드롭되는데, 희귀 등급 이상을 얻으려면 여러 번 반복해야 합니다.
뽑기 구조와 픽업 시스템의 체감 난이도
칠대죄 오리진의 뽑기는 상시 뽑기권과 픽업 뽑기권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필드 상자나 퀘스트 보상으로 주는 재화는 대부분 상시 뽑기용이고, 픽업 캐릭터를 노리려면 별도의 유료 재화가 필요합니다. 1회 뽑기 비용은 300 크리스탈인데, 원신 라이크 게임들이 보통 160 정도로 맞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입니다. 필드 상자에서 주는 재화는 평균 5~10 정도이고, 운이 좋으면 100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체감상 적게 느껴졌습니다.
SSR 확정 천장은 80회이지만, 픽업 캐릭터 확률은 50%입니다. 제 경험상 첫 SSR에서 픽업 캐릭터가 아닌 다른 캐릭터가 나와서, 결국 120회까지 뽑아야 멜리오다스를 확보했습니다. 이벤트와 초반 보상으로 뽑기권을 50개 정도 주긴 하지만, 픽업 캐릭터 확보까지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했습니다.
돌파(Breakthrough) 시스템도 10단계까지 있어서 캐릭터 중복 확보 부담이 있습니다. 다만 마스터리 성장 과정에서도 돌파 재료를 일부 지급하기 때문에, 무과금으로도 어느 정도 성장은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최고 효율을 내려면 결국 중복 뽑기가 필요하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부분입니다.
코스튬 뽑기는 별도로 존재하며, 이는 성능이 아닌 외형 전용입니다. 다만 전용 무기는 외형과 함께 성능도 제공하기 때문에, 뽑기 우선순위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던전 동선 설계입니다. 특정 던전에서는 번개 속성 캐릭터가 있어야 지름길로 갈 수 있고, 없으면 돌아가서 일반 몬스터를 처치하며 진행해야 합니다. 원신 라이크 게임들이 최소한 기본 속성 대응 캐릭터를 지급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불편함을 방지하기 위해서인데, 칠대죄 오리진은 이 부분이 미비합니다.
저는 20만 원 이상 뽑기를 했는데도 번개 속성 캐릭터인 일선더를 얻지 못했습니다. 일선더는 SR 등급이지만 픽업도 아니고 상시 풀에 포함된 캐릭터라 확률적으로 뽑아야 합니다. 번개가 없으면 페르젠 광산 같은 던전에서 효율적인 루트를 이용할 수 없고, 매번 우회로로 몬스터를 정리하며 가야 합니다. 이건 엔드 콘텐츠도 아닌 중반 구간인데, 벌써 특정 캐릭터 유무로 경험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는 점은 설계 미스로 보입니다.
이런 구조는 "캐릭터 조합의 재미"가 아니라 "없어서 불편한 게임"으로 인식될 위험이 있습니다. 최소한 각 속성별로 기본 지급 캐릭터 한 명씩은 제공하거나, 속성 퍼즐을 우회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칠대죄 오리진은 IP 활용, 애니메이션급 컷신, 무기 전환 전투, 제작 중심 성장 구조 등 분명 기대할 만한 요소가 많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바로는 전투 조합의 재미와 생활 콘텐츠의 완성도는 충분히 인정할 만했습니다. 하지만 뽑기 비용과 픽업 확률 체감, 특정 속성 캐릭터 의존 동선,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밸런스 같은 부분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이 게임은 "재료는 좋은데 설계가 아직 덜 익은 기대작"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원신 라이크 게임이 계속 나온다는 점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유저가 오래 남으려면 초반 경험부터 불편 요소를 먼저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